KN-23의 북한 제식명칭은'《화성-11다》형'인가?

 

북한 국방박람회 안내판 사진을 보자.

사진을 비스듬하게 찍은 탓에 뭐가 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충 김정은 사진들이 많다는 것만 알 수 있는 정도이다. 그렇다면 어도비 포토샵을 이용해서 이 왜곡된 이미지를 보정해 보자.

 

이제 보다 쓸모 있는 이미지가 나온다. 가운데 있는 안내판이 《화성-11나》형(이른바 선군 ATACMS, Songun ATACMS)인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TEL의 형상과, 김정은이 입고 온 가죽 재킷도 여기(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322081709082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무튼 이 화성-11나에 대해서 할 얘기는 추후에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번에 살펴볼 부분은 안내판의 제일 오른쪽 끝(이미지 상으로는 가운데 부분)이다.

 

사실 끝부분은 원근감 (역)보정이 심하게 된 부분이라 지나치게 흐린 상황이다. 그런데 며칠간 고단한 학업을 잊고자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공개 정보를 정리하고 있던 나의 두뇌는 몇 가지 공개정보 사진들이 떠올랐고, 이를 맞춰본 결과 저 난장판 속에서 일치하는 이미지들을 찾을 수 있었다.

 

주황색 사진은, 김정은이 2019년 5월 4일 동부전선 포사격을 참관했을때 사진과 일치한다. 하단의 파란색 픽셀들이 깨져 있는게 대체 무엇일까 의아했는데, 테이블에 깔린 지도에 표시된 바다였다. 다음으로 초록색 사진은, 2019년 5월 9일 서부전선 포사격을 참관했으 때의 사진이다. 김정은 뒤로 세 인물이 보이는데 기존에 공개된 공개정보 상에는 인물들의 얼굴이 잘려서 나왔는데, 상단 안내판에는 온전하게 사람들이 실려서 등장했다. 역시나 지도와 테이블이 보인다. 초록색 사진이 결정적이다. 호수 내지는 늪 건너에서 미사일 발사를 바라보는 김정은의 모습인데, 이는 2019년 7월 25일 있었던 KN-23 3차 시험발사이다. 사실 5월 4일 화력타격훈련에서도, 5월 9일 화력타격훈련에서도 함께 발사된 무기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KN-23이다. 결론적으로 위 세 사진은 모두 KN-23 발사 현장의 김정은인 것이다.

 

그렇게 놓고 안내판 상단의 TEL과 직립된 미사일을 보자. 영락없는 KN-23의 TEL이다. 특히 초기형 KN-23 TEL의 풀색이 그대로 보인다.

소결: 안내판 해당 칸은 KN-23을 설명하는 칸이다.

 

그리고 우리가 또 하나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해당 안내판에는 제목판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하늘색 동그라미 1, 2로 표기해 두었다. 북한이 이날 '선군 ATACMS, KN-24'의 제식명칭을 화끈하게 '《화성포-11나》형'으로 공개한 이상 ①은 '《화성포-11나》형'이 되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글자가 하나 적다. 하지만 사실 북한 미사일의 명칭은 '화성 미사일'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고, '화성포'라는 표현은 '화성'과 병용되어 사용된다. 즉 글자가 하나 적다고 생각하면 '《화성-11나》형'이 될 것이다. 북한에서는 우리는 잘 안쓰는 겹화살괄호를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따옴표보다 훨씬 획이 큰지라 여기에서 휘력을 발휘한다. 이를 생각하면 ①은 세로쓰기 형태로 '《/화/성/-/11/나/》/형'을 배열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반듯하지는 않지만 수평선을 그어보자. 보정한 이미지이므로 수평선을 그으면 된다.

(※ 상단 이미지 파일에 사용된 글꼴은 'the로동신문'이며 본인은 '미리캔버스'를 통해 해당 폰트에 대한 권리를 적법, 유효하게 취득했음을 밝힌다. 아울러 비영리 목적으로 개인 자격에서 해당 폰트를 사용했다.)

놀랍게도 겹화살괄호 위치와 여백까지 두 미사일이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다른건 다 차치하고 적어도 KN-23이 화성 미사일의 한 종류임은 확정되는 순간이다. 독일의 한 미사일 기고가는 KN-23이 북극성의 파생형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네이밍 확정을 통해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화/성/-/11/나/》/형'과 글자수와 폭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화성-11나'는 북한의 화성 미사일 중에 가나다순이 적용된 첫번째 제식명칭이다. 이는 (1) '화성-11다'와 같은 추가적인 가나다순 미사일이 존재할 가능성을 열어주며, (2) '화성-12나', '화성-14나'와 같은 다른 '나형' 미사일 명칭의 존재 가능성도 열어준다.

 

요컨대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다소간의 무리는 따르지만 나는 KN-23의 북한 제식명칭이 '《화성-11다》형'일 것으로 추정한다. 일종의 제안(suggestion) 정도라고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1) 우리는 왜 북한이 ATACMS 유사 형상 미사일을 만들어 두고 '화성-16형'이나 '화성-18형' 등의 통상적인 제식명식 부여 방식을 택하지 않고 '화성-11'에서 곁가지를 쳤는지다. 사실 답은 간단하다. '화성-11형'은 고체연료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한, 화성-11을 제외한 다른 화성 미사일들은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반면 화성-11형은 북극성 미사일처럼 고체연료 미사일이다. 이런 의미에 더해서 노후된 '화성-11'을 대체할 미사일로 '화성-11나'라는 명칭을 택했을 것이다. KN-23역시 '화성-11나' 처럼 고체연료 기반의 지대지 미사일이고, 또 상대적으로 단거리이다. 따라서 화성-11에서 뻗어나가는 가지의 연속선에서 '화성-11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2) 한편 다른 숫자형 제식명칭에 '나'를 붙였다고 보기에는 어색하다. 유사한 단거리 미사일을 따져서 '화성-5나'(SCUD-B 대체형), '화성-6나'(SCUD-C 대체형) 정도가 상정 가능할 것이다. (반면, '화성-10나', '화성-13나' 따위는 굉장히 어색하다.) 하지만 상단 이미지의 숫자 부분은 '5'나 '6'보다는 획이 막혀 있는 '11'에 더 가깝니다.

 

(3) 만약 '화성-11나'에 대한 확증이 없었다면 위 (1), (2)의 논증은 빈약하기 따로 없다. 하지만 '화성-11나'가 나란히 존재하므로 멀쩡한 이미지를 동시에 흐림 처리해보는 역작업이 가능해진다.

 

왼쪽의 '화성-11나'의 글씨-가우시안 흐림처리된 이미지-흐릿한 공개정보상의 사진은 비례식처럼 참인 관계가 성립한다. 이를 통해 오른쪽을 판단해 보자는 것이다.

 

(4) 이것은 또다른 퍼즐조각 같은 개념이다.

그렇다면 위 안내판은 '《화성포-11라》형 시험발사' 혹은 '《화성포-11라》 형포사격' 따위인 것일까? 위 미사일은 2021년에 공개된 KN-23 대형화 미사일이다. 그런데 안내판에 또 '-1'이 보이니 '화성-1'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화성포-16》 형'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결론.

적어도 KN-23 미사일은 화성 미사일의 한 종류이다. 본인의 추정은 어디까지나 포토샵 등 초보적인 방법론에 입각한 권위없는 해석이다. 게다가 북한이 공식 발표를 한것도 아니므로 새로운 숫자형태나 아예 새로운 제식명칭을 공개할 수도 있다. 워낙 허풍에 능한 자들이니 그럴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포스팅이 나오기 이전에, 공개정보에 불과한 이 이미지 파일을 입수했을 한미 정보당국은 이 이상의 확실한 추론 내지는 해석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치 금석문을 해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점을 찾아 선을 잇는 것 같기도 한 작업이었다. 아무쪼록 우리 군 정보당국이 정보전의 승리자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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